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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나는 그렇게 클래식을 들었다 - CBS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중

by 방랑하는 오딧세이 2025. 5. 3.

2024년 여름 처음으로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한 코너인 '나만의 음악앨범'에 사연을 올려봤다.

설마 방송될 줄은 몰랐는데 내 사연이 방송을 통해 들려오는데 민망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접한 건 1985년 고3 학력고사가 끝난 뒤였습니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홍지서림 뒤편에 있던 필하모니라는 고전음악감상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게 시작했습니다.
클래식 기타도 배우고 학교 근처에 있던 레코드 가게에 수시로 들러 테이프도 사고 때론 좋아하는 곡을 녹음해 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레코드 가게 사장님과 친해져 대신 가게를 봐주기도 했죠.
대학교 4학년 때 드디어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습니다.

글링카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무뚝뚝한 아빠가 무뚝뚝한 아들과 함께 얘기할만한 꺼리를 찾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기 전 함께 동영상 사이트에서 클래식 연주 영상을 찾아 감상했습니다.
피아노 소품부터 소나타와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실내악곡, 성악곡 등 여러 음악들을 함께 듣고 보면서 이 작곡가가 누군지, 이 연주자는 어떤 사람인지, 이 곡은 어떤 영화에 나왔었는지 등 얄팍하나마 알고 있던 지식으로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꽤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우더군요.

에릭 사티 <짐노페디>
- 파스칼 로제 피아노

SNS가 활성화되면서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이런저런 교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전문가를 한 분씩 섭외해 짧은 강의도 듣고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 요리, 그림, 연극, 뉴에이지 음악, 시사만화, 에니메이션 등등..
비록 예술 계통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나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임방에 매일 한 곡씩 클래식 음악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 사이트 링크를 걸고 작곡가나 연주자에 얽힌 이야기를 짧은 글과 함께 올렸습니다.
덜컥 시작을 했는데 10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여러 회원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았고, 또 덕분에 관련 자료를 뒤져보며 잊었었던 얘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발견하며 재미있는 100일을 보냈습니다.

드보르작 "Als die alte Mutter(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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